Friday K-Night Live (에스토니아 편)

매년 이 즈음이면 Bay Area K Group의 연중 최대 행사인 K-Night 이 열릴 때입니다. 분주한 운영진들과 자원봉사자들, 해마다 기록을 넘어서는 숫자의 참가자들이 봄 끝자락의 오월의 어느 밤에 서로 이야기를 나누고 커다란 축제의 여운에 취해 술잔을 기울입니다. 그런데, 어렸을 때부터 만화 속에 나오는 모든 것들이 실현될 것만 같았던 2020년의 시작은 알 수 없는 전염병의 공포로 시작되더니 급기야는 봄날 밤 축제의 기억을 아득하게 밀어버리는군요.

터널의 안 어디까지 와 있는지 알 수는 없습니다만, 누구라도 터널의 끝에 어떤 새로운 광경이 펼쳐질 것인지 궁금할 겁니다. 특히, 저희 K Group의 회원들처럼 기술 분야에 종사하시는 분들에게는 더욱 그러하겠죠? 알 수 없는 미래를 더듬어보기 위해 이달부터 한 달에 한 번씩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의 이야기를 들어보고자, <Friday K-Night Live>가 기획되었어요. 이번에 모신 첫 손님은 “에스토니아”라는 키워드를 가지고 발표해주신 코코네코리아의 장석재 대표님과 매일경제의 박용범 차장님입니다.

“에스토니아”는 구소련으로부터 독립해 역사가 그리 길지 않은 인구 130만의 작은 나라라고 해요. 라트비아, 리투아니아와 함께 발트 3국의 하나로 알려져 있고, 핀란드와 발트해를 사이로 마주 보고 있는 나라지요. 장석대 대표님과 박용범 차장님 모두 우연한 기회에 이 작은 나라에 대해 알게된 계기를 시작으로 왜 우리가 주목할 필요가 있는지를 조목조목 흥미롭게 이야기해 주셨습니다.

구소련으로부터 독립당시 인구와 국토 면적이 작고, 자원이라고 할 만한 것도 별로 없던 나라가 어쩔 수 없이 택한 방향이 디지털화라고 하는군요. 지금은 EU 안에서도 여러 가지 지표에서 앞서가고 있는 나라라고 하네요. 하지만, 우리나라와도 비슷하게 제한된 인구 규모로 경제적으로도 한계에 봉착하게 되는데요 거기서 에스토니아인들이 내놓은 아이디어는 무엇일까요?

바로전자영주권이라고 하네요. 방문 없이도 필요한 서류를 제출하면 소정의 검증 절차를 거쳐 그림과 같은 전자영주권이 발급된다고 합니다. 이를 통해 에스토니아의 영주권을 획득하면 EU 체계 안에서 경제활동이 가능해지는데요, 국가 입장에서도 가상 공간에서 국가의 영역을 확장하고 세수를 증대시키는 선순환 구조를 가진다고 해요.

에스토니아가 시도해오고 있는 혁신은 무궁무진합니다. 가지만 예를 들어 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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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 국민의 98% 이상이 등록된 전자 ID를 기반으로 결혼, 이혼, 부동산 중개를 제외한 모든 행정업무가 온라인에서 가능함.
  • 인구대비 스타트업 투자 전 세계 1위, 스카이프를 비롯해 지금까지 4개의 unicorn을 탄생시킨 강력한 지원 시스템.
  • 2001년부터 진행해오고 있는 e-Estonia의 중심축 X-Road
  • 블록체인 기술을 국가 행정 시스템의 backbone으로 구축하는 프로젝트
  • 국민의 자발적인 참여 아래 이루어지는 대규모 genome 지도 구축 프로젝트

이외에도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거의 모든 것들을 이 작은 나라에서는 시도하고 있다고 합니다. 무엇보다도 다른 국가들에서 우려하고 있는 시스템을 악용하는 사례 등이 걱정되지 않을 수 없는데요, 이 나라에서는 독특하게도 사회적 신뢰가 높게 형성되어 있어서 흔히 예상할 수 있는 우려가 적다고 하는군요. 또한, 국가 차원에서도 조세회피나 가상화폐 관련한 부정적인 이미지를 피하고자 감시와 처벌을 강화하는 등 적극적으로 대처하고 있다고 해요.

한가지 빠뜨릴 수 없는 점은 대통령을 비롯해 행정 관료들의 연령대가 낮게 이루어져 있고, 일반 기업에서도 젊은 리더들이 전면에 포진해 있으면서 그 뒤에는 경험 많은 연장자들이 조언과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고 하는군요. 앞서 여러 정책을 들어보면 굉장히 강력한 국가 주도적 시스템이 떠오르는데, 역설적이게도 이 나라에서 국가는 앞서나가는 기업들을 빠르게 따라가며 지원하는 역할로 정의되고 있네요.

거의 한 시간 남짓 되는 짧은 시간 동안 에스토니아라는 작은 나라의 혁신을 소개해 주셨는데요, 더 관심 있는 분들은 발표자 중 한 분이신 박용범 차장님의 저서 “블록체인 에스토니아처럼”을 참고하시면 좋겠습니다.

한 주를 마무리하고 여유롭게 휴식에 들어가는 금요일 저녁, 50여 분이 넘는 참석자들께서 두 분의 이야기를 경청하시고 여러 질문을 주셨어요. 1시간 30분으로 한정된 시간이 모자라도록 여러 질문이 오갔고 두 분께서 성심껏 답변해 주셔서 너무도 소중한 자리였어요.

온라인으로 처음 진행된 <Friday K-Night Live>를 준비하기 위해 여러분들이 수고해 주셨는데요, 특히 두 분을 소개해 주신 매일경제 실리콘밸리 지사에 깊은 감사를 전합니다. 다음 달에도 흥미진진한 주제로 회원 여러분께 찾아뵙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Written by 김유승님. 

** 이번에 시간 관계상 참석 못 하신 분들을 위해 recording video clip을 공유해 드립니다. (https://bit.ly/FKNLM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