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iday K-Night Live (베이 지역에서 조금 ‘덜’ 불행하게 사는 법)

이번 4월의 FKNL 제목입니다. 조금은 도발적으로 들리실 수도 있겠네요. ‘아니, 베이지역에서 살면 다 불행한가?’ 라고 반문하실 수도 있을것 같아요.

어떤 분들께는 내가 들어야 할 이야기인가? 하시는 분들도 계실 것 같고, 어떤 분들께는 불편하게 들릴 수도 있을 것 같아요. 불편하신 분들께는 먼저 시작부터 너그러운 양해를 구합니다. 이번 세미나에서는 그간 1년이 넘는 동안 펜데믹 아래에서 재택근무와 원격수업에 시달리시던 우리 회원분들과 가족 모든 분들의 정신 건강에 대해서 이야기해 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물론 펜데믹이라는 특수한 시간적 상황 이외에도 세계 테크 경제의 중심이라고 하는 베이 지역의 공간적 특수성이 가져오는 우리만의 고민이 있을 것 같네요.

이번 주제를 다루기 위해 이유진 정신과 전문의를 모셨습니다. 이유진 선생님은 한국에서 삼성서울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를 거쳐 현재는 Santa Cruz County의 Health Service Agency에서 정신과 전문의로 근무하고 계십니다. 저희 K-Group의 오랜 회원이기도 하셔서 소모임에서 만나 뵈신 분들도 계실 겁니다.

회원분들께 이번 세미나 공지를 드리면서 그동안 가지고 계신 고민에 대해 여쭤보았는데요, 많은 분께서 다양한 생각을 나누어 주셨습니다. 위에 보인 일부 고민들 중에서 인간으로서 누구나 가져본 근본적인 질문이 보이시나요? 바로 “나”라는 자아와 자아 밖의 외부인들과의 관계입니다. ‘남의 시선 안에서 살지 마세요’, ‘당신이 하고 싶은 것을 하세요’, 우리 시대의 많은 멘토라고 일컬어지는 분들로부터 끊임없이 들어온 말들입니다. 과거에 비해 개인을 가리는 집단의 그림자가 줄은 것도 사실입니다. 대다수가 미국 이민 1세대인 우리 회원들에 있어서는 아시아권의 문화에 비해 상대적으로 개인을 중시하는 사회에 건너왔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살아가는 샌프란시스코 베이 지역이 어떤 곳인가요? 요즘 잘 나간다는 이웃의 직장, 멈춰있으면 괜히 손해 보는 것 같은 연봉과 성과급, 큰 회사에 잘 팔려서 경제적으로 크게 성공했다는 스타트업, 내 아이들을 스탠포드나 버클리 정도에 못 보내면 실패한 것 같은 교육열, 그리고 가진 사람도 가지지 못한 사람도 모두 불안하게 만드는 끝없이 치솟는 집값, 등등. 눈 감고 귀 닫고 살고 싶어도 그러기 어려운 현실이지요. 우리는 자본주의가 최고로 발달한 정글에 살고 있습니다.

사회적 동물인 인간이기 때문에 가진 고민들은 여기에서 멈추지 않습니다. 펜데믹으로 인해 쉬는 것조차 제대로 할 수 없는 상황에 몰린 사람들, 가족과 함께하는 물리적인 시간에 비해 따라가지 못하는 정서적 유대와 같이 많은 문제들에 둘러싸여 있네요.

이유진 선생님은 시작하면서 누구나 아는 이야기를 다시 한번 상기시키는 자리라고 겸손하게 말씀해 주셨는데요, work / play / love의 세 가지 측면을 나누어서 깊게 생각해 볼 사항들이 제 삶을 되돌아보게 하네요. 먼저, ‘남과의 비교를 하지 말자’라는 뻔한 조언이 아닌 불가분의 비교를 받아들면서도 어떻게 나의 성장에 이익이 될지 고민해 보자는 말씀이 기억에 남습니다. 물론, 힘든 상황에 있는 상태의 나를 객관화해서 평가한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겠지만요, 머릿속에서 반복하다 보면 조금은 나아지지 않을까요?

왜 잘 놀아야 하는지에 대한 납득할만한 이유가 이어집니다. 혹 “멀티 페르소나”라고 하면 일부 부정적인 의미로 사용되었던 적도 있던 것 같은데요, 본래 사람은 누구나 여러 형태의 소셜 버블을 가지고 있어야 건강하다는군요. 가족 외에도, 직장에서 이루어지는 관계, 취미로 이루어지는 관계, 우리 K-Group과 같이 다양한 관심사로 서로 가지는 관계들이 왜 정신적으로도 도움이 되는지 설명이 되네요. 주식 할 때만 분산투자할 것이 아니라 더 건강한 우리의 정신을 위해서 사회적 관계에도 분산 투자가 필요한 것 같습니다.

사랑에 대한 조언입니다. 문득 최근 한국에서 논란이 되었던 연예인의 연애 과정에서 가스라이팅 사건이 떠오르더군요. 좀 멀리 갔지요? 확대해보면 가족 안에서도 부부간, 자녀와 부모 사이에도 나의 기대를 어느 선에 두어야 서로 건강한 관계를 유지할 수 있는지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이유진 선생님의 말씀을 듣는 내내 고개가 절로 끄덕여지곤 했는데요. 물론, 말씀하신 것처럼 이미 우리가 머릿속으로는 알고 있는것들을 다시 정리해 주셨기 때문일 수도 있겠지요. 너무도 당연하지만 우리가 지키는 못하는 것 중에 하나입니다. 많은 경우에 우리는 바꿀 수 없는 것에 대해서도 미련과 걱정으로 우리 앞에 주어진 현재를 교란합니다. 아주 작은 확률의 성공 가능성에 대해서도 언제나 최선의 노력을 기울여야만 하는 것이 과연 행복한 삶인지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됩니다.

이날 이유진 선생님의 강의에 참석해 주신 많은 분들이 같이 공감하셨는지 모르겠습니다. 정답이 없는 삶에 당연히 공식도 없겠지만, 정신과 전문의로서 특히 죽음을 앞둔 많은 환자분들로부터 그동안 정리해왔던 묵직한 생각을 나누어 주신 이유진 선생님께 깊이 감사드립니다. 짧은 1시간 반 동안의 세미나였지만 우리 K-Group 회원들 모두에게 건강하고 행복한 삶에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기회였으면 합니다.

이번 세미나의 간추린 영상은 <이곳>에서 확인하실 수 있고, 발표 자료 역시 <여기>에 공유해 주셨습니다. 이유진 선생님을 비롯해 이날 진행과 행사 준비를 맡아주신 운영진과 참석해 주신 회원분들 모두에게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