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밸리를 떠나세요!’
?! Bay Area K-Group에서 호스트 하는 강연 중에 나온 이야기 입니다. 우리는 컨텐츠의 길이를 인내하지 못하는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기술은 발전해서 인간을 편하게 한다고 하지만 여유는 더 없어지고, 앞뒤 맥락을 살펴보려는 관용은 사라지고, 내가 듣고 싶은 이야기에만 더 확증편향되고 있습니다. 인스타그램과 틱톡의 시대에 지금 읽고 계시는 이런 블로그를 찾는 분들이 얼마나 계신지는 모르겠습니다. 도대체 지난 Friday K-Night Live에서는 무슨 일이 있었던걸까요?
8월의 FKNL에서는 미래학자이자 융합전문가로 잘 알려진 EM.Works의 정지훈 대표를 모시고 ‘고등교육과 대학, 그리고 스타트업 도시의 미래’라는 주제로 이야기를 나누어보았습니다.

팬데믹의 시대에 온라인 교육은 옵션이 아니지요. 거슬러 올라가보면 MOOC (Massive Open Online Course)가 시작된 것은 이미 한참 전이었는데요, 초기의 확산과 달리 어느시점에 한계에 봉착할때 여러 문제점들이 지적되었고 MOOC 2.0이 새롭게 제안됩니다. 여러가지 개선안 중에서도 교육자와 학습자 간의 interaction이 강화되고, 기존에 일방향의 지식 전달로 인한 제국주의적인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local meetup을 대안으로 포함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또한, 지난 세기 동안 인류의 산업을 관통해왔던 전문가 시대를 넘어 융합의 시대에 적합한 교육 시스템을 만들기 위한 노력을 소개해 주셨어요. 한가지 예로, 디자인과 경영과 기술의 융합을 통해 혁신을 이루기 위해 삼성 디자인 멤버십을 운영했던 경험을 공유해 주셨는데요, 그 과정에서 도출되었던 재미있는 결과물들이 많더군요.

정지훈 대표의 강연이 진행되는 중에 아마도 많은 분들이 한번쯤은 고민해 보셨을, 또는 토론의 주제로 심심치 않게 등장했던 ‘박사 학위는 필요한가?’라는 주제가 갑자기 떠올랐습니다. 물론, 우리가 살고 있는 베이 지역에서 일하면서 살아가는 것을 전제로 말이죠. 먼저, 정지훈 대표가 진단하는 현재 고등교육 시스템의 문제를 요약해 볼까요?
“마이크로 분야의 전문가를 양성하는데 집중하는 교육 시스템이 현재와 같이 기술의 트렌드가 고속으로 바뀌는 산업 체계를 절대 따라잡을 수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교육과 연구를 동일시하는 전통적 대학의 구조로부터 편협한 전문가만을 배출해내고 있다. ”
강연에서 정지훈 대표의 정확한 워딩은 아니지만 대략 이렇게 옮겨볼 수도 있겠습니다. 아마도 이러한 주장 자체가 벌써 불편한 분들도 계실거고 많은 논란이 있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 진단이 맞다는 가정하에 베이 지역에서 다양한 직종에 근무하고 있는 우리들의 모습을 잠시 돌아볼 수 있겠습니다. 앞의 박사학위 필요성에 관한 질문에 답을 구해보자면, 운좋게 산업이 요구하는 적합한 타이밍에 관련 학위를 마치고 투자 대비 효용을 극대화 하시는 분도 계실 것이고, 슬프게도 그렇지 못한 분들이 계실 겁니다. 설령, 적합한 타이밍을 맞추어 운이 좋았던 경우에도 같은 상태가 얼마나 유지될지는 오늘날 각 테크 분야의 사이클에 달려있겠죠?

이에 관련해 이후 질의 응답 시간에서는 보다 긴 시간의 수련과 다른 규모의 투자가 요구되는 바이오, 철학 등의 학문 분야에 대한 정지훈 대표의 견해를 묻는 질문들이 있었습니다. 그에 대해서 long-term으로 존재할 수 밖에 없는 분야는 여전히 앞으로도 기존의 고등교육기관이 역할을 이어나갈 것이고, 다만 그 비중이 점점 줄어들 수 밖에 없다고 (5-10%) 전망하셨네요.

이러한 문제에 대해서는 이미 미국의 대학들도 인지하기 시작하여 졸업장의 양식을 변경하는 작은 변화부터 전체적인 커리큘럼의 조정에 이르는 다양한 노력이 진행되고 있네요. 그 외에도 ‘역 MOOC 실험’, ‘에콜 42’, ‘모두의 연구소’, ‘Hero School’ 등과 같은 세계 각지에서의 다양한 사례들을 통해 현재의 문제를 극복하기 위한 시도들을 흥미롭게 소개해주셨습니다.
한편,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플랫폼으로서의 도시와 그 미래에 대해서도 언급하셨는데요, 흔히들 이야기하는 스마트 도시라고 하면 다음과 같이 여섯가지 항목을 이야기한다고 하죠.

그 중에서도 정지훈 대표는 ‘Smart people’에 가장 무게를 두었는데요, 결국 우리가 살고 있는 베이 지역이나 뉴욕과 같이 고도로 발달된 경제를 이룬 배경도 결국 다른 요소들에 의해 고도의 인적자원이 모인 결과라고 보시는군요. 하지만, 지금 베이 지역이 안고 있는 살인적인 물가나 젠트리피케이션 등의 문제는 누구나 알고 있지만 회피하고 싶어하는 불안 요소이죠. 결국 이를 해소하기 위해서 다시금 변화된 교육 시스템이 주도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고 강조하십니다.

한시간 정도의 강연에 이어 30분 가량의 열띤 질의 응답이 이어졌는데요, 이제 이 블로그의 가장 처음에 던져드렸던 떡밥(?)을 수거할 때가 되었죠? ^^ 질의 응답 과정에 한 분께서 실리콘밸리가 현재의 문제를 극복하고 다시 가치 중심의 체계로 돌아가기 위해 선행 과제가 무엇일까를 물어보셨어요. 정지훈 대표의 답변은 기존 체계에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이 한사람이라도 더 늘어야 한다, 그리고 ‘실리콘밸리를 떠나서’ 가치와 자본이 공존할 수 있는 모델을 성공시켜야 실리콘밸리도 변할 수 있다는 주장이었습니다. 비슷한 사례로 Sebastian Thrun이 스탠포드에 있을때 원하는 커리큘럼을 학교로부터 승인받지 못하자 나와서 Udacity를 만들었고, 이에 자극받은 스탠포드가 Andrew Ng을 통해 Coursera를 만들도록 한 일화를 소개해 주셨죠.
듣고보니 허무하실 수도 있고, 여전히 급진적인 주장이라 생각하실 수도 있겠습니다. 하지만, 저희 Bay Area K-Group의 회원분들은 어떤 다양한 의견이라도 존중할 수 있는 넓은 품을 가지셨다고 믿고있는건 저 뿐만이 아니겠죠? ^^
마무리하면서, 정지훈 대표의 유명한 저서 ‘거의 모든 IT의 역사’가 거의 10년이 되어가면서 개정판이 올해 말경에 나올 예정이라고 합니다. 이미 정지훈 대표의 팬이셨던 분들이나 어떤 내용의 책일까 궁금하신 분들 모두 기대해주세요.

정지훈 대표는 앞으로도 교육과 연구혁신에 매진하며 글로벌 플랫폼을 통해 실제로 해결책을 구현해보겠다는 당찬 포부를 알려주셨습니다. 우리 모두 응원하면서 그 결과를 기대해보겠습니다. 알찬 강연 시간을 만들어주신 정지훈 대표께 감사드립니다.
강연 영상은 다음 링크에서 다시 보실 수 있습니다.
https://youtu.be/dh5Gh-6Kq1Y